내가 분만했던 이야기는 아니지만
분만을 옆에서 실습 학생으로서 관찰한 경험을 감사하게도 해보았다
일주일 정도 된 이야기지만
그나마 생생할 때 기록을 남겨보고자 한다
처음에 분만실을 생각했을때
수술실처럼 완전히 폐쇄적이고 완전 무균 느낌인줄 알았는데
무균을 준수하는 것은 맞지만 완전 폐쇄적인 공간은 아니었다
커튼 단 하나로 외부와 분리되어 있었다
산모는 고통스러워하면서 침대에 lithotomy 자세로 있었고
산모 주변에는 의사 간호사들이 매우 많이 있었다
내가 산모였으면 상당히 스트레스 받았을 것 같긴 하다 ...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심지어 분만과 직접적인 관련도 없는(나같은)사람이
본인의 분만을 .. 보고 있다고 생각하면 ....
무튼 내가 본 산모는 유도분만을 통해 자연분만하는 산모셨는데
AROM을 진행하셨던 분이셨다 ...
ROM은 그냥 자연적으로 발생하는줄 알았는데
분만을 위해서 인위적으로 할 수도 있는 지는 몰랐다
산모의 분만은 정말 길지만 간단하게 끝났다
산모가 힘을 주면 주변 의료진들이 같이 열까지 세준다
그러면 산모는 그에 맞춰서 힘을 준다
그런데 무조건 힘을 줘서는 안되는 것 같고
힘을 주지 않아야 할 때도 있는것 같다
산모분 힘빼세요 ~ 라는 말을 분만 중간중간에 들었던 것 같다
산모가 열심히 힘을 주다 보면
애기의 머리가 산모의 회음부에서 점점 보이기 시작한다
어느 순간 커지다가 더는 안나오는 것 같다 싶으면
의사가 산모의 회음부를 가위로 잘라버린다
회음부가 그냥 서걱 잘리는걸 보면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사람 피부가 너무 쉽게 잘리는 걸 보고 ....
저렇게 쉽게 잘리는건가 ....
마취는 했겠지
그렇게 회음부 절개를 하고 나면 의료진들이 아기의 머리를 밖으로 빼낸다
사실 머리만 나오면 몸통은 쉽게 밖으로 빠져나온다
머리만 나오면 나머지는 금방 순풍 나온다는 말이 무슨 말인지 알 것 같았다
정말 머리만 나오면 나머지는 수욱 하고 미끄러져 나온다
너무 쉽게 나와서 기분이 이상했다
아기를 받아낸 간호사는 APGAR 점수를 매기고
다른 한쪽에 아기를 데려가서 신생아 간호를 한다
나는 분만에만 집중해서 신생아 간호하는 장면은 주의깊게 보지 못했다
분만 이후 나머지는 회음부 봉합을 하는데에 집중한다
잘려진 회음부를 꿰매고 원래의 것처럼 봉합한다
이 모든 과정이 끝나면 산모를 분만실에서 2시간 동안 obs하며
special v/s를 측정한다
나는 분만의 과정을 지켜본 대가로 해당 산모의 special v/s를 쟀었는데
별다른 이상이 없어서 바로 일반병동으로 옮겨졌다
분만 과정을 볼 수 있어서 정말 행운이었다
그것도 실습 첫날에 볼 수 있었던건, 그 많은 학생들 중에서 내가 볼 수 있었던 것은 정말 행운이라 생각한다
동시에 내가 평소에 아기를 갖고 싶다는 생각을 다시 한번 해봐야 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과연 나는 그 아픔을 감내하고 새 생명을 책임질 수 있을까 ... 잘 모르겠다
보면서 헉 했던 장면도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정말 신비롭다는 느낌이 가장 많이 들었다
보는 내내 속으로 와 ... 했던게 수십번은 된 것 같았다
이번의 경험은 쉽게 잊혀지지 않을 것 같다